중구·서구 불붙은 해상교량·자치구 명칭 갈등
연말 개통 앞두고 양보 없는 자치구중구 “섬 주민 이동권 위해 조성
이용자 90여%가 영종도 주민”
서구 “청라 개발 때 사업비 부담
영종대교 있는데 또 영종 안 돼”
인천시지명위, 심의 연기 상태
구별 2개 등 후보 6개 상정 심의서구 명칭 변경 싸고 지역 내 갈등
청라 36.3%·서해 35.2% ‘팽팽’
구청 “숙의 과정 거쳐 최종 결정”인천 서구 주민과 중구 주민들이 제3연륙교 이름을 놓고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아 갈등을 겪고 있다. 자치구 명칭 변경을 추진하는 서구는 지역 주민끼리 갈등도 더해져 고심이 깊다. 15일 인천시에 따르면 중구 영종도와 서구 청라국제도시를 잇는 해상교량이 이르면 올해 말 개통한다.
이 교량은 영종대교(제1연륙교), 인천대교(제2연륙교)에 이어 영종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세 번째 연륙교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사업자로 총사업비 약 7300억원을 투입해 길이 4.68㎞, 폭 30m 왕복 6차로로 건설 중이다. 기존 연륙교와 달리 제3연륙교에는 보도와 자전거도로가 함께 들어서고 180m인 세계 최고 높이 주탑 전망대와 수변데크 등도 조성된다.
2020년 착공한 제3연륙교는 착공하기까지 무려 14년이나 걸렸다. 이미 2006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4400억원, 인천도시공사 600억원 등 모두 500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했지만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에는 국토교통부가 영종·인천대교 민간사업자와 맺은 협약이 발목을 잡았고 나중에는 늘어난 사업비 때문에 지연됐다. 그러는 사이 사업비는 73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완공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이번에 예기치 않는 난관에 부딪혔다. 교량 명칭을 두고 지역 주민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인천경제청이 난처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중구 주민들은 제3연륙교가 섬 주민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다리이고 이용자 90여%가 영종도 주민이기 때문에 영종도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이름인 ‘영종하늘대교’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서구는 제3연륙교 건설 혜택이 영종 주민에게 돌아가지만 청라 개발 과정에서 나온 돈을 사업비로 함께 부담했으며 이미 영종대교(제1연륙교)가 있는 상황에서 제3연륙교까지 영종을 상징하는 명칭으로 하는 것은 지명 결정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며 ‘청라대교’로 하자고 맞서고 있다.
이들 지역이 주장을 굽히지 않는 동안 인천경제청은 애초 지난해 12월 진행할 예정이던 인천시지명위원회의 명칭 심의를 연기한 상태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구별로 2개씩 제3연륙교 명칭을 제안받고 인천경제청에서 2개를 제안해 총 6개 후보를 지명위원회에 상정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제3연륙교의 최종 명칭을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서구에선 자치구 명칭을 놓고도 지역 주민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서구는 현재 동서남북 방위식 구 명칭을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천시 행정 체제가 개편되기 전인 내년 6월까지 바꾸지 않으면 인천 10개 군·구 중 유일하게 방위식 명칭을 쓰는 기초단체가 된다. 남구는 2018년 7월 미추홀구로 변경됐고 중구 내륙지역과 동구는 내년 7월 합쳐져 ‘제물포구’로 재탄생한다. 또 중구의 섬 지역인 영종도는 ‘영종구’로 신설된다.
그러나 명칭 변경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역 주민마다 선호하는 명칭이 달라서다. 서구가 앞서 경명, 서곶, 서해, 청라 등 4개 명칭을 후보에 올려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청라와 서해가 각각 36.3%와 35.2%로 최종 후보에 올랐다. 1.1% 포인트 차로 청라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문제는 청라 주민들이 ‘청라구’에 반대한다는 점이다. 청라에 기반을 둔 정치인이나 주민단체 등이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이들은 국제도시로서 청라가 지닌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원도심과 신도시가 공존하는 서구를 청라구로 대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청라구명칭사용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는 “서구는 독자적인 정체성을 지닌 청라의 지명을 강탈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라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서구는 숙의 과정을 더 거칠 것이라며 일정을 연기했다. 서구는 앞서 지난달 4~30일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했다. 접수 결과 오프라인 2444명, 온라인 2312명 등 총 4756명이 의견을 제출했는데 청라 권역 2283명, 가정·신현 권역 1351명, 석남·가좌 권역 709명, 검암경서·연희 권역 413명 순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서구는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친 후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며 명칭 변경 일정을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로 미뤘다.
서구 주민들은 서구 원당동과 계양구 노오지동을 잇는 도로 명칭에 대해서도 갈등을 빚고 있다. 연장 약 4㎞로 올해 말 개통 예정인 이 도로의 예비도로명 후보로는 서구가 제안한 검단계양로와 계양구가 제안한 아라계양로 등 2개가 올라와 있다.
이를 놓고 검단 내 주민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한편에선 “검단계양로는 검단 쪽 도로명과 차이점이 없다”며 아라계양로를 지지하고 있고 다른 편에선 “대외적으로 알려진 검단이 낫다”며 검단계양로를 지지하면서 서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도로명을 최종 선정해야 하는 인천시 주소정보위원회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강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