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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일처리에 소통 중시… “보스 기질 부족” 평가도

“복사하다가 쓰러져 봤나요?”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측근인 기동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박 시장의 인물평을 묻는 기자에게 대뜸 이렇게 말했다. 박 시장이 1992년 하버드대 법대 객원 연구원 시절 대학 도서관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닥치는 대로 복사하는 게 일상이었다고 한다. 박 시장의 부인 강난희씨는 당시 하버드대 도서관에서 박 시장이 가져온 책을 복사하다가 탈진해 병원에 실려가기까지 했다고 한다. 박 시장과 함께 시민운동을 하며 15년 동안 지켜봤다는 한 지인은 “박 시장의 장점은 집요하고 끈질기다는 것”이라면서 “어떤 사안을 마주했을 때 필요한 에너지의 두 배를 투입해 ‘디테일’까지 철저히 챙긴다”고 했다.


박원순(왼쪽) 서울시장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양도성 성곽길을 함께 걷고 있다.
연합뉴스




박 시장이 당선된 이후 보수단체들의 우려를 불식시킨 과정 역시 그의 집요함을 잘 보여 준다. 보수단체들이 처음에 박 시장을 보는 시선은 삐딱했다. 좌파 성향의 시장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박 시장은 취임 이후 보수단체를 수시로 방문하고 지자체 최초로 ‘보훈종합계획’을 만드는 등 보수단체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이에 박 시장에 대한 보수단체의 편견이 상당부분 사라졌다는 게 박 시장 측의 주장이다.

이런 집요함은 추진력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박 시장은 취임 후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시민단체 또는 시민들과 얼마나 소통했는지 실적을 담은 ‘체크 리스트’를 만들도록 했다. 일선 공무원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체크리스트를 꾸준히 이행한 일선 공무원이 실제로 승진을 한 사례가 나오면서 지금은 박 시장의 ‘현장 중시 및 소통형’ 업무 스타일이 많이 정착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시장의 책상은 그야말로 서류철들의 무덤이라고 할 만하다. 사람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서류들이 쌓여 있다. ‘꼼꼼 원순’이라는 별명답게 박 시장이 취미로 꼽는 것 중 하나가 ‘서류철 펀칭’이다. 기 부시장은 “(박 시장은)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 차곡차곡 모아 둔 신문을 빠짐없이 읽은 뒤 중요한 기사는 전부 스크랩해 둔다”고 했다. 놀라운 것은 스크랩해 둔 내용을 전부 기억한다는 것이다. 손님들이 방문하면 시장실에 스크랩해 둔 내용들을 설명하면서 2~3시간 넘게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고 한다.

박 시장은 다변(多辯)에 메모광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박 시장이 주재하는 회의의 별칭은 ‘받아 회의’다. 박 시장이 수시로 메모한 것들을 비서관 회의 등에서 쏟아 놓으면 직원들이 전부 받아 적느라 기진맥진한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직원이 보고하러 한번 시장실에 들어가면 수첩 한 권분의 추가 지시사항을 받아 온다는 말이 있을 만큼 직원들 사이에서 ‘지시사항의 홍수’라는 악명을 떨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 본인도 하도 많은 얘기를 해서 정작 기억을 못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제는 요령이 생긴 서울시 직원들이 박 시장의 지시를 못 들은 척 시치미를 떼다가 두번 정도 지시가 반복됐을 때야 비로소 챙기기 시작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 시장은 ‘워커 홀릭’(일 중독자)의 면모도 있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서울시장직을 맡은 현재에도 해외에 나가는 일이 잦다. 하지만 측근들은 “아무리 먼 곳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와도 시차 때문에 힘들어하는 박 시장의 모습을 본 일이 없다”고 한다. 박 시장은 해외 출장 때 비행기 안에서는 잠을 안 자고 출장 업무를 정리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집무실에 샤워실까지 구비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24시간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박 시장의 이런 성향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인색한 평가를 내린다. 한마디로 “답답하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들을 행정에 계속 반영하면서 기존 안들이 수정되는 작업이 반복되다 보니 일처리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양천구에서 여의도로 연결되는 도로 건설이 1년째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는 것도 박 시장의 행정 스타일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현시욕이 강해 실무진을 곤혹스럽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2의 서울 촬영이 논의되던 지난달 중순. 영화 촬영 유치를 주도했던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진흥위원회와 경찰청, 서울시 등이 최종 촬영지 선정 및 교통통제 등에 대해 ‘극비리에’ 논의 중이었다. 논의 결과는 정부와 경찰이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서울시 소관 부서에서 올린 관련 보고서를 박 시장이 그대로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면서 두 기관은 김이 새버렸다. 발끈한 두 기관이 서울시에 강력 항의하는 바람에 해당 실무 부서에서는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올해 초 국장급 및 주요 과장에 대한 보직 인사 때에는 부시장 회의까지 통과한 인사안을 시장이 모두 뒤집는 ‘소동’이 있었고, 이에 실무진은 ‘패닉’에 빠졌다고 한다.

박 시장의 화법이 지나치게 직설적이라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주변 인물들은 박 시장에 대해 정치인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화법을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고언한다. 최근에는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몽준 의원과의 설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 의원이 “서울시장이 되면 연봉 1만원만 받겠다”고 하자 박 시장은 “나는 그렇게 받으면 부도난다”고 직설적으로 받아쳐 감정 대립이 격화된 적이 있다. 지난 10일 출입기자들과의 만찬 간담회에서는 공공개발정책을 한참 설명하다가 불쑥 “정 의원에게 이런 걸 물어보면 아무 내용이 없을걸요. 서울의 어디를 딱 짚어서 얘기하라면 하겠나요”라고 했다. 그래 놓고는 바로 “아, 이거 얘기하면 네거티브인가요? 그럼 취소해야겠네요”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정치인으로서 주변 인맥을 만드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있다. 과거 인연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한다. 조직과 출신 성분을 나눠서 분파를 만들지 않다 보니 새정치민주연합 내에 특별히 친한 인사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나는 굳이 말하자면 시민파”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서울시장 재선 이후 대권 도전 가능성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 박 시장이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주변 인맥 관리가 필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2014-04-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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